묵묵한 두 사람이 서로를 오해하지 않기까지 걸린 시간에 대하여
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,
저는 ‘이 사람도 저처럼 조용한 사람이구나’라는 생각을 했습니다.
약속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고,
말수는 적지만 해야 할 말은 분명히 하는 사람이었죠.
제가 선호하는 방식 그대로였습니다.
불필요한 감정 표현 없이, 조용히 내 할 일을 해내는 사람.
“비슷하니까 편하겠지.”
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.
하지만… 생각보다 이 관계는 쉽지 않았습니다.

🧠 비슷한 성격끼리는 더 잘 맞을까?
둘 다 ISTJ.
둘 다 계획적으로 움직이고,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, 무례한 걸 싫어했습니다.
연락은 정해진 시간에, 만남은 미리 조율해서.
서로에게 맞추려는 무리한 노력도 없었고,
대화의 온도도, 말의 속도도 닮아 있었습니다.
그런데 이상하게,
어느 순간부터 이 관계가 **‘차가워진다’**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.
🧩 감정 표현 없는 두 사람, 결국 거리도 생긴다
그녀가 지친 날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.
하지만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,
그녀 역시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습니다.
“괜찮아 보였어.”
“말을 안 하니까 나는 전혀 몰랐지.”
서로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알았습니다.
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닮은 방식으로, 너무 오래 침묵하고 있었다는 걸요.
📚 ISTJ는 감정을 말로 하지 않는다. 그래서 생기는 오해
성격심리학 연구자 Naomi Quenk는 ISTJ 유형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.
“ISTJ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게 아니라, 표현을 미루는 사람이다. 갈등이나 부담을 피하기 위해 감정을 내면에 저장하며, 적절한 순간이 오지 않으면 꺼내지 않는다.”
– Was That Really Me?, 2002
우리도 그랬습니다.
감정을 숨긴 게 아니라,
그 감정을 꺼내는 타이밍을 끝내 잡지 못했던 거죠.
💡 변화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됐습니다
어느 날, 그녀가 먼저 물었습니다.
“요즘 나 좀 무뚝뚝해졌던 것 같지 않아?”
그 말에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.
그녀도 제가 느꼈던 걸 비슷하게 느끼고 있었던 거죠.
“그런 생각이 들었어.
근데 그걸 말하면 네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그냥…”
그날 이후, 우리는 ‘조금은 억지로라도’ 감정을 꺼내 보기로 했습니다.
불편했지만, 그 침묵을 먼저 깼다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조금씩 변했습니다.
❤️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법
우리는 지금도 자주 “사랑해”라고 말하진 않습니다.
대신 서로의 루틴을 존중하고, 필요한 것들을 말없이 챙기고,
약속한 시간을 어기지 않고, 말보다 행동으로 마음을 주고받습니다.
그녀가 피곤한 날엔 따뜻한 물을 준비해놓고,
제가 지칠 땐 “커피 대신 오늘은 이것 마셔요”라는 말로 감정을 전합니다.
말은 없지만,
그 어떤 관계보다 깊게 서로를 읽고, 지켜주는 관계가 되었습니다.
🔚 마무리하며
ISTJ와 ISTJ.
제가 생각하는 이 조합은 시끄럽지 않습니다.
연애는 화려하지 않고, 대화는 조용합니다.
하지만 그 속에는 책임감, 배려, 예측 가능성, 진심이 들어 있습니다.
오래 가는 관계는
서로 닮았기 때문이 아니라,
닮은 만큼 생기는 침묵을 먼저 깨는 용기를 낼 수 있을 때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.
📎 다음 글에서는
“ISTJ와 ISFJ, 조용한 두 사람이 천천히 마음을 여는 방법 ”을 써보려 합니다.
비슷해서 더 조심스러웠던 관계의 기록 😇
📚 참고 자료
- Quenk, N. L. (2002). Was That Really Me? How Everyday Stress Brings Out Our Hidden Personality. Davies-Black Publishing.
- Truity. (n.d.). ISTJ Personality Profile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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